삼성전자 반도체는 돈을 쓸어 담는데, 외국인은 왜 한국 주식을 던지는가
사상 최대 실적과 21만 원대 주가가 같은 날 벌어진 장면
2026년 10월 15일, 코스피 시장에서 벌어진 일은 참 이상한 광경이었습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중 저가 기준 8.19% 급락한 21만 3000원까지 내려갔고, 코스피는 장중 5500선까지 밀리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SK하이닉스도 장중 10.22% 하락한 127만 4000원을 기록했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4.3% 빠진 여파, 그리고 예상보다 높은 미국 물가 상승으로 인한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직접적인 방아쇠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다른 뉴스들이 이 장면을 더 낯설게 만듭니다. 삼성전자는 동남아 테크 세미나 '더 브리프'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고 현지 최적화 AI 가전과 B2B 솔루션을 공개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고, SK하이닉스도 AI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반도체 회사는 돈을 벌어들이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습니다.
실적과 주가가 정반대로 움직이는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나눈 대화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교수님, 좋은 회사 주식이 왜 안 오르나요?"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잘 만든 것과 잘 벌어들인 것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
동아시아 고전은 '잘 만드는 것'과 '그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를 늘 구분해 왔습니다. 공자는 "군자는 도구가 아니다"(君子不器)라고 했습니다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이런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어떤 사물의 가치는 그 물건 안에 있는 것으로 다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물건이 놓이는 관계, 사람들이 그 물건을 어떻게 보고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가 실제 가치를 만듭니다.
오늘의 삼성전자는 그렇습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성능 메모리)을 필두로 회사가 만들어내는 물건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익도 사상 최대입니다. 그런데 시장의 마음은 다릅니다. 미국 금리 인상 우려, AI 자금 흐름의 불안,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그 '잘 만든 것'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인문학적으로 이 장면은 욕망의 두 얼굴을 보여줍니다. 하나는 '더 좋은 것을 만들고 싶다'는 만들기의 욕망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 만들기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하는 시간의 불안입니다. 주식 시장은 실적 그 자체가 아니라 실적의 미래에 값을 매깁니다. 그래서 이미 완성된 좋은 것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더 크게 작용합니다.
장자는 사람들이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마음을 쓰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오늘 주가 8% 하락이라는 사건은 눈앞의 사건이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훨씬 오래된 인간의 습속입니다. 잘 만들면 잘 팔릴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이 흔들릴 때 오는 두려움, 그리고 두려움 앞에서 사람들이 똑같이 행동하는 그 무리 심리입니다.
흔들리는 것은 값이 아니라 마음이다
바로 이 지점에 어울리는 구절이 있습니다. 『장자』 「덕충부(德充符)」에 나오는 말입니다.
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 唯止能止衆止. — 「莊子·德充符」
인막감어유수, 이감어지수, 유지능지중지
사람은 흐르는 물에 자기를 비추지 않고, 멈춰 있는 물에 자기를 비춘다. 오직 멈춰 있는 것만이 뭇사람의 멈춤을 멈출 수 있다.
장자는 공자와의 대화 형식으로 이 말을 전합니다. 사람은 자기 모습을 보려 할 때 강물 같은 유동적인 것에 비추지 않습니다. 흐르는 물결은 자기의 모습을 흐트러뜨리니까요. 그래서 고요한 연못, 멈춰 있는 물에 비춥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결론이 더 중요합니다. '唯止能止衆止' — 오직 멈출 수 있는 것만이 뭇사람들이 멈추도록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구절을 오늘의 주식 시장에 그대로 겹쳐보면 소름이 돋습니다. 오늘 코스피와 삼성전자가 흔들린 것은 회사의 실적이 흔들려서가 아닙니다. 시장 참여자들의 마음이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흐르는 물결 같은 마음들이 서로를 흔들고, 흔들리는 것을 보고 또 흔들리고. 이 흔들림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오직 멈춰 있는 무엇 하나뿐입니다.
흐르는 물결에 나를 비추지 않는다는 것
장자가 말한 '止(지)'는 단순히 '멈춘다'가 아닙니다. '머무를 수 있는 힘'입니다. 흐르는 물결은 계속 움직이지만, 고인 물은 흐르지 않아서 오히려 만물을 비춥니다. 이 역설이 장자 사유의 핵심입니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는 것. 손쉬운 예로 설명해볼까요.
아침에 출근길에 스마트폰을 열어 주가를 보고, 회의 중에 몰래 다시 보고, 점심에 또 봅니다. 하루에 열두 번 봅니다. 문제는 이 열두 번의 확인이 회사에 대한 나의 판단을 새롭게 하는 게 아니라, 나의 마음을 흔드는 데 쓰인다는 점입니다. 흐르는 물결에 나를 비추는 것과 같습니다. 자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흐트러진 물결만 보입니다.
장자가 '정지'를 강조한 것은 게을러지자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중요한 판단을 하려면 내 마음 한켠에 흐르지 않는 연못 하나를 마련해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삼성전자가 8% 빠졌다는 뉴스가 내일의 나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뉴스 앞에서 내가 어떻게 흔들리는지, 그 흔들림이 어디서 오는지를 멈춰서 보는 사람이 결정을 잘합니다.
강의실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이런 물음을 자주 던집니다. "당신이 오늘 하루에 흔들린 이유 열 가지를 적어보라"고. 대부분 스마트폰 화면에서 시작합니다. 흐르는 물결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문제는 물결이 아니라, 물결 앞에 선 내 마음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보면,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던지는 이유도 결국 이 흐르는 물결의 문제입니다. 이익이 나는 회사 하나하나는 멈춰 있는 연못 같은 존재일 수 있지만, 그것을 둘러싼 거시경제의 물결이 너무 요란하면 사람들은 연못을 못 보고 물결을 봅니다. 그래서 외국인은 나라를 떠나고, 개인 투자자는 흔들리고, 회사는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물건을 만듭니다.
참 아이러니입니다. 잘 만드는 사람과 그것을 사고파는 사람의 시간 감각이 이렇게나 다른데, 시장은 둘을 같은 잣대로 재려 듭니다.
오늘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 장면에서 인문학이 해줄 수 있는 일은 흔들리지 말라고 훈계하는 것이 아닙니다. 흔들림이 어디서 오는지를 보게 하는 것입니다. 흐르는 물결에 자기를 비추면 자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개 자기가 보이지 않을 때 가장 크게 흔들립니다.
삼성전자의 오늘을 보며 나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회사의 실적은 숫자로 증명되지만, 시장의 신뢰는 숫자로 다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입니다. 신뢰는 잘 만드는 것과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생깁니다. 노자도 "다투지 않음으로써 능히 다툴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그 이면에는 '관계'에 대한 오랜 통찰이 있습니다. 신뢰는 조작할 수 없고, 오직 지속됨으로써만 얻어집니다.
그래서 오늘의 삼성전자는 어쩌면 단순한 한 기업의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좋은 것을 만드는 사회에서, 좋은 것을 신뢰하는 사회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우리가 겪는 흔들림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삼성전자가 21만 원까지 밀렸다가 다시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물결은 계속 흐르고, 흐르는 물결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진짜 자기의 모습이라고 믿는 사람은 언제나 물결에 휩쓸린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하루, 당신의 연못은 어디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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