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 날 이후, AI 위로와 혼밥의 시대에 묻는 마음의 몫
10월 10일이 지나고 하루, 정신건강이 뉴스의 앞줄에 섰다
어제는 정신건강의 날이었다. 그리고 오늘, 2026년 10월 11일의 뉴스 목록을 훑어보니 이상하리만치 '마음'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 걸려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소식은 보건복지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어제(10월 8일) 정신건강의 날 기념행사에서 '정신건강 목적 생성형 AI 이용 가이드라인' 2종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기사 제목이 인상적이다. "AI 위로가 사람 대신 못해"라고, 발표 자리에서 누군가 분명히 말했다.
그리고 같은 날, 다른 기사에서는 저녁을 혼자 먹는 사람에게서 우울 증상이 더 흔하게 나타났다는 연구가 회자된다. 대한가정의학회지 2021년, 서울대학교병원 논문이라고 한다. '혼밥'은 이제 영양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로 들어왔다.
또 하나. 군산시보건소가 지역사회 정신건강 증진 공로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는 지방 뉴스. 그리고 '국민 손녀'라 불리는 어린 연예인이 "잠이 올 때까지 공부하고, 틀린 문제는 AI로 다시 풀어요"라고 말하는 장면, 그 옆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등장한다.
별개의 뉴스 같지만, 나는 이 네 장면이 같은 질문을 다른 각도에서 던지고 있다고 읽는다. 우리는 지금 누구에게 마음을 맡기고 있는가.
물론 확인이 필요한 지점도 있다. 가이드라인의 구체적 조항, 혼밥 연구의 표본 규모, 이수연 양의 공부 루틴이 어디까지 일반화될 수 있는지는 원문을 봐야 정확하다. 다만 방향은 분명하다. 올해 정신건강 담론은 '병을 치료하는 일'에서 '일상을 견디는 일'로, 다시 '누구와 함께 견디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혼자 먹는 저녁과 AI의 위로, 그 사이에 놓인 마음
동양고전을 가르치며 늘 마주치는 오해가 하나 있다. 유가(儒家)는 사람을 '관계 속의 존재'로만 보고 개인의 내면을 소홀히 했다는 오해다. 아니다. 공자는 일찍이 말했다.
德不孤, 必有鄰 — 「論語·里仁」
덕은 외롭지 않아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 제 마음을 제대로 세우면, 그 마음은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닿는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중요한 건 순서다. 먼저 내 마음이 서고, 그 다음에 이웃이 온다. 이웃이 있어야 마음이 서는 게 아니다. 그러나 마음이 서면 이웃이 반드시 온다.
혼밥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 있다. 저녁을 혼자 먹는 것 자체가 병은 아니다. 그러나 혼자 먹는 저녁이 반복될 때 우울 증상이 흔해졌다는 관찰은, 식사라는 아주 원초적인 행위가 실은 '덕이 이웃을 만나는 자리'였다는 사실을 되짚게 한다. 밥은 영양이 아니라 관계의 의례였던 셈이다.
AI 가이드라인도 같은 결이다. 생성형 AI가 위로의 문장을 잘 만든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새벽 세 시에 AI가 건네는 문장이 사람보다 더 다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다정함이 '덕'인가? 덕은 시간을 견디고, 같은 사람에게 반복되어야 하고, 때로는 나를 서운하게도 한다. AI는 서운할 줄 모른다. 서운함을 견뎌낸 자리에만 생기는 신뢰를 AI는 만들 수 없다.
이 지점에서 노자의 시선이 다가온다. 노자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마음의 자리를 보라고 했다.
爲學日益, 爲道日損 — 「道德經 48장」
배움은 날로 더하고, 도는 날로 덜한다는 말이다. 오늘의 정신건강 담론은 정확히 이 두 방향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정보는 넘치도록 더해지는데, 마음은 자꾸만 빼앗긴다. 가이드라인이 '무엇을 하지 말라'는 목록이 아니라 '덜어냄'의 지침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나는 본다.
덜어냄의 도(道), 그 오래된 처방
오늘 뉴스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정신건강은 이제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질과 환경의 설계 문제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저녁 한 끼를 누구와 먹는가, 새벽의 위로를 누구에게 청하는가, 지방의 보건소가 어떤 사업을 하는가가 모두 마음의 지표가 되었다.
노자가 말한 損(손, 덜어냄)은 게으름이 아니다. 쌓기를 멈추는 결단이다. SNS 알림을 끄는 것, 잠들기 전 열 번째 숏폼을 참는 것, AI에게 하루의 고민을 다 쏟아내기 전에 사람에게 전화 한 통을 거는 것. 모두 損이다. 덜어냄은 상실이 아니라 자리를 비우는 일이다. 비운 자리에만 사람이 들어온다.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인정하자. 2026년 정신건강 정책의 최종 성과는 몇 년 뒤에나 판가름 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붙들 수 있는 것은 선명하다. 마음은 혼자 관리하는 자원이 아니라, 함께 지키는 자리다.
밥 한 끼를 누구와 나누는지, 오늘 하루 그 자리를 한 번 세어보면 어떨까. 정신건강은 거창한 처방이 아니라 그 자투리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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