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급락, AI 거품론과 유가 폭등이 드러낸 인간의 오래된 두 얼굴
2026년 10월 17일, 뉴욕증시에 찾아온 이중고
어제(현지시간 16일)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0.34%, S&P500은 1.09% 내렸고, 나스닥지수는 2.15% 떨어졌는데 이는 지난 7월 23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이라고 한다. 특히 반도체지수는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008년 이후 최장 연속 하락 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이다.
원인은 두 갈래다. 하나는 'AI 거품론'이다.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에 대한 과도한 부채 리스크와 수익성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국제유가 폭등이다. 지정학적 위기가 겹치면서 유가가 치솟았고, 이는 기업 비용 부담과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이어졌다.
흥미로운 건 그 전날(15일)만 해도 다우지수는 5만2177.69로 1.08% 올랐고, 국채금리가 내리며 소비주로 매수세가 몰렸다는 점이다. 하루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같은 뉴욕증시라도 어제와 오늘이 이렇게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이 장면이 낯설게 다가왔다.
한국 증시 이야기도 곁들여야겠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7.6% 급락했고, 대만 증시는 3.4% 빠지는 데 그쳤다. 외국인 자금이 한국에서 대거 이탈한 것이다.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매의 발톱'처럼 날카롭게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중의 마음은 왜 이렇게 빨리 돌아서는가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나는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 떠오른다. "여러분은 왜 남들이 사면 사고 싶고, 남들이 팔면 팔고 싶은가?"
이 질문은 단순한 투자 심리를 넘어선다. 인간이 집단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잃어버리는가에 대한 오래된 물음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화합하되 무리 짓지 않고, 소인은 무리 짓되 화합하지 않는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고 했다. 진정한 조화는 타인을 따르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각자가 자기 중심을 지키면서도 어울리는 데서 온다는 뜻이다.
그런데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다우지수가 오르던 15일에는 소비주로 매수세가 몰렸고, 하루 뒤 AI 우려가 터지자 반도체주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같은 기업, 같은 실적, 같은 기술인데 하루 사이에 평가가 뒤집힌다. 이것은 정보의 변화라기보다 군중 심리의 변화다.
장자는 『장자·제물론』에서 "사람들은 잠자는 동안에도 넋이 교류하고, 깨어 있을 때는 몸이 분주하다"고 했다. 우리는 깨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집단의 꿈속에서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장의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기 확신 없이 남의 신호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AI 거품론은 흥미롭다. 2023년부터 AI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인프라 투자 부채가 쌓이고 수익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회의가 터져 나왔다. 이는 인간이 새로운 기술 앞에서 얼마나 쉽게 황홀경에 빠지고, 또 얼마나 빠르게 환멸로 돌아서는지를 보여준다.
周易이 말하는 '지극한 이치'와 오늘의 시장
이런 인간의 모습을 꿰뚫은 고전이 있다. 바로 『주역』이다.
極深而研幾 — 「周易·繫辭上」
극심이연기
깊이 파고들어 미세한 조짐을 연구한다.
이 구절은 『주역·계사상』에 나온다. 주역은 점치는 책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변화의 법칙을 연구하는 책이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을 전제로, 그 변화의 조짐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가르친다.
'極深(극심)'은 깊이 파고든다는 뜻이고, '硏幾(연기)'는 미세한 조짐을 연구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幾(기)'는 아주 작은 움직임의 시작을 말한다. 주역에서는 이 '기'를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큰 변화는 항상 작은 조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구절이 오늘의 뉴욕증시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AI 거품론이 터지기 전에 이미 조짐은 있었다. 반도체지수가 8거래일 연속 하락했다는 것은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다. 유가 폭등도 마찬가지다. 지정학적 위기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모두 '기'가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 '기'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니, 보려고 하지 않는다. 시장이 오를 때는 그 상승세가 영원할 것처럼 느껴지고, 하락할 때는 모든 것이 무너질 것처럼 느껴진다. 이것이 주역이 말하는 '극심이연기'의 반대다. 우리는 깊이 파고들지 않고, 미세한 조짐을 연구하지 않는다. 그저 표면의 파도에 휩쓸린다.
어떻게 해야 '기'를 읽을 수 있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주역이 말하는 '극심이연기'를 실천할 수 있을까?
첫째, 분리해서 보는 훈련이다. 시장의 전체 분위기와 개별 기업의 상황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AI 거품론이 터졌다고 해서 모든 AI 관련주가 똑같이 거품인 것은 아니다. 유가가 폭등했다고 해서 모든 에너지 기업이 똑같이 수혜를 보는 것도 아니다. '기'는 항상 구체적인 곳에서 시작된다.
둘째, 시간의 지평을 넓히는 훈련이다. 하루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 15일 다우지수가 1.08% 올랐을 때, 그것이 추세인지 반등인지 알 수 없었다. 16일 급락이 추세인지 조정인지도 마찬가지다. 주역은 변화를 장기의 흐름 속에서 읽으라고 가르친다.
셋째, 자기 감정을 관찰하는 훈련이다. 내가 지금 두려워서 파는 것인지, 아니면 냉정한 판단으로 파는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내가 지금 탐나서 사는 것인지, 아니면 가치를 보고 사는 것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주역의 '기'는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도 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 주식 투자를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매일 아침 시장을 보기 전에 10분간 명상을 한다고 했다. "교수님, 제가 시장을 보는 게 아니라 제 마음을 보는 시간이에요." 그 말이 인상 깊었다. 주역이 말하는 '극심'은 결국 자기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오늘 뉴욕증시의 급락은 단순한 경제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두 얼굴, 즉 탐욕과 두려움, 기대와 환멸, 군중심리와 개별 판단이 충돌하는 현장이다.
주역은 변화 자체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오히려 그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으라고 한다. 다만 그 변화의 '기'를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AI 거품론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유가 폭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우리는 그 속에서 자기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2천 년 전 주역이 오늘의 우리에게 건네는 말이 아닐까.
시장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 거울 앞에서 우리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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