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붐, 1조 달러가 사라진 날 — 장자는 왜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말했나

1조 달러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뉴스, 그 장면이 낯설었다

2026년 10월 19일 아침, 뉴스 화면에는 익숙한 얼굴과 낯선 숫자가 나란히 걸렸다. 미국의 AI 투자붐에 균열이 생기면서 반도체주 시가총액 1조 달러가 증발했다는 소식이었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제임스 매킨토시 칼럼니스트는 18일(현지시간) 'AI 주식시장의 흔들림이 일깨운 교훈,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라는 칼럼에서 현재의 AI 인프라 투자 붐이 과거 철도·인터넷 등 대규모 설비투자가 겪었던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요즘 '투자붐'이라는 말이 화제다. 그런데 이 장면이 낯설게 다가왔다. 1조 달러는 우리가 흔히 '실체'라고 부르는 것의 총합인데, 그것이 하루 만에 사라졌다. 무엇이 사라진 것일까. 사라진 것은 돈이 아니라, 돈을 돈으로 믿어온 마음의 합의였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투자에 거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이번엔 다르다'는 믿음

투자붐을 인문학적으로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지점이 보인다. 투자자들이 실제로 사는 것은 지금의 실적이 아니라 '미래의 서사'다. AI 인프라에 쏟아지는 천문학적 자본은 아직 오지 않은 수익을 담보로 지금의 설비를 짓는 일이다. 여기에는 인간의 오래된 심리가 겹쳐 있다. 우리는 미래를 계산하는 동시에 미래에 기대를 건다. 계산과 기대는 다르다. 계산은 틀리면 고치면 되지만, 기대는 틀리면 자아가 흔들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번에는 과거와 다르다'는 문장에 약하다. 이 문장은 역사의 교훈을 면제해 주는 주문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가의 시선을 잠깐 빌려오면 이렇게 물을 수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 사람을 볼 때 그가 하는 일뿐 아니라 그 일을 왜 하고, 무엇에 편안해하는지까지 보라고 했다. 지금의 투자붐은 '무엇을 사는가'는 넘치도록 말하지만, '무엇에 편안해하려 하는가'는 잘 말하지 않는다. 1조 달러가 사라진 뒤에도 시장이 곧바로 다시 오르는 장면을 보면, 우리가 투자에서 구하는 것은 수익률만이 아니라 '이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았다'는 소속감과 안도감인지도 모른다. 트렌드는 늘 그렇게 우리의 불안을 자극하고, 우리는 그 불안에 이름을 붙여 '기회'라고 부른다.

도가의 관점은 더 조용하다. 노자는 유용함과 무용함을 나누는 우리의 습관 자체를 의심한다. 무엇이 쓸모 있는가 하는 판단은 늘 지금의 잣대로 내려지지만, 지금의 잣대는 내일의 판을 다 알지 못한다. AI 인프라가 쓸모 있는가 없는가를 지금 결정하는 것은 어쩌면 시장이 아니라 시간일 것이다. 그리고 시간은 늘 우리보다 느리게, 그러나 정확하게 답한다.

장자는 왜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말했나

人皆知有用之用, 而莫知無用之用也 — 「莊子·人間世」

인개지유용지용, 이막지무용지용야

"사람들은 모두 쓸모 있는 것의 쓸모는 알지만, 쓸모없는 것의 쓸모는 알지 못한다."

쓸모의 잣대를 잠시 내려놓으면 보이는 것들

이 구절은 『장자』 「인간세(人間世)」 편에 나온다. 이 편의 배경을 조금 풀어보자. 장자는 세상이 쓸모 있는 재목만 골라 베어 가는 정글 같은 곳에서, 어떻게 자기를 지키며 살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이 편에는 나무 이야기가 유명하다. 곧게 자란 나무는 재목으로 잘려 쓰이지만, 쓸모없어 보이는 나무는 아무도 베지 않아 하늘을 덮을 만큼 자란다. 장자는 여기서 말한다. 사람들은 쓰임이 되는 것만 쓸모 있다고 여기지만, 쓰이지 않음으로써 온전히 남는 쓸모를 알지 못한다고.

이 말을 투자붐에 그대로 갖다 붙이면 조금 거칠 수 있다. 장자가 '그러니 투자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묻는다. 우리가 지금 '쓸모 있다'고 부르는 것의 목록은 누가, 어떤 시간표로 작성한 것인가. AI 반도체의 설비는 분명히 쓸모가 있다. 그러나 그 설비가 감당할 부채, 그 설비를 지키기 위해 잠식되는 현금, 그 설비가 낳을지도 모를 과잉이 '쓸모없음'으로 분류되는 동안, 우리는 그 쓸모없음의 몫을 보지 못한다. 투자에서 진짜 위험은 대개 유용하다고 믿는 것들 사이에 숨어 있다. 분산투자, 현금 보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 이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이 시장이 흔들릴 때 몸을 받쳐 주는 지주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위기가 오고 나서야 안다.

강의실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다. 학생들은 빠르게 '쓸모 있는' 스펙을 쌓느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독서의 시간, 실패해도 되는 실험의 시간을 자꾸 밀어낸다. 그런데 몇 년 뒤 그 시간을 견딘 학생들이 더 멀리 가 있는 걸 보면, 쓸모없음은 종종 성장의 저장소다. 투자도 마찬가지 아닐까. 시장이 과열될 때 아무것도 사지 않고 지켜보는 용기, 그것도 하나의 '무용지용(無用之用)'인 셈이다.

오늘 우리가 챙겨야 할 것은 수익률표가 아니라 '편안함의 목록'

WSJ의 경고는 과거의 교훈을 상기시킨다. 철도 붐도, 인터넷 붐도 처음에는 '이번엔 다르다'로 시작했지만 결국 과잉과 조정을 겪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물을 것은 이것이다. 내가 지금 편안한가, 아니면 불편함을 수익률로 달래고 있는가. 공자가 사람을 볼 때 '그가 무엇에 편안해하는가(察其所安)'를 보라고 한 것은 사람을 판별하는 잣대였지만, 오늘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질문으로 바꿔 볼 수 있다. 나는 무엇에 편안한가.

투자붐이라는 트렌드는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무엇이 쓸모 있는가를 결정하는 잣대를 나는 어디서 빌려왔는가. 그리고 그 잣대 밖의 시간, 잣대 밖의 사람, 잣대 밖의 휴식은 지금 나에게 어떤 자리에 있는가. AI의 시대에 인간이 지켜야 할 것은 어쩌면 기계의 효율이 아니라, 효율로 환산되지 않는 것들을 환산하지 않고 남겨두는 습관인지도 모른다.

오늘 1조 달러가 사라진 자리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아마도 거기엔 우리가 '쓸모없다'고 밀어낸 것들이 조용히 서 있을 것이다. 그것들이야말로 다음 계절의 씨앗일 수도 있다는 생각,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시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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