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 브랜드평판 1위 현대캐피탈, 자본이라는 이름의 욕망을 노자에게 묻다

9월의 자본, 그 차가운 순위표 앞에서
2026년 9월 21일,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캐피탈 브랜드평판 순위가 화제다. 17개 캐피탈 브랜드의 빅데이터 677만 건을 분석한 결과, 현대캐피탈이 전월 대비 3.74% 소폭 상승하며 연속 1위를 수성했고, NH농협캐피탈과 KB캐피탈이 뒤를 이었다. 특히 KB캐피탈은 전월 대비 18.05% 상승하며 3위로 새롭게 진입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같은 날 다른 소식도 들려온다. 일본 직구 플랫폼 '사줘'가 일본우정캐피탈과 스즈요의 투자를 받아 정품 감정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뉴스, 그리고 창업지원금을 노린 컨설팅 피해 우려까지. 캐피탈이라는 단어가 브랜드 순위표에서, 투자 유치 기사에서, 사기 민원 사례에서 동시에 등장하는 하루다.
그런데 이 장면이 이상하게 낯설게 다가왔다. '자본(資本)'을 뜻하는 이 단어가, 오늘날에는 왜 이토록 다양한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나는 걸까. 돈을 빌려주는 회사, 돈을 대주는 투자자, 그리고 돈을 노리는 사기꾼까지 — 캐피탈은 어느새 우리 시대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자본은 왜 늘 '더 큰 나'를 요구하는가
캐피탈(capital)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라틴어 'capitalis', 곧 '머리(head)'에 닿는다. 가축의 머리 수를 세던 데서 출발해, 이제는 숫자로 환산된 권력이 되었다. 흥미로운 건 이 단어가 지닌 이중성이다. 자본은 우리에게 더 큰 집, 더 좋은 차, 더 나은 사업 기회를 약속한다. 동시에 그것은 늘 '아직 부족하다'고 속삭인다.
동양 고전은 이 지점을 오래 응시해 왔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인간의 욕망이 끝없이 확장되는 구조를 여러 번 짚는다. "화가 어디서 오는가"라는 물음을 통해 그는 소유와 상실의 관계를 되묻는다. 주역도 마찬가지다. 64괘 가운데 '기제(旣濟)' 다음에 반드시 '미제(未濟)'가 오는 구조는, 완성된 상태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통찰을 담고 있다. 다 이룬 것 같아도 또 하나의 미완이 남는다.
필자 생각엔, 캐피탈 브랜드평판 순위가 매달 화제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1위를 지켜도 3.74% 상승이라는 숫자를 따져야 하고, 3위에 진입해도 18.05%라는 상승률로 자리를 굳혀야 한다. 우리는 완료된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그 불안이 순위표를 만들고, 순위표는 다시 그 불안을 재생산한다.
학생들에게 자주 묻는다. "돈을 벌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대답은 대개 '안전'에서 시작해 '인정'으로 흐른다. 자본은 수단이 아니라 정체성이 되어가고 있다. 캐피탈이 브랜드평판 1위를 다투는 시대의 풍경은, 어쩌면 우리가 '가진 것'으로 '누구인지'를 증명하려는 오래된 습관의 최신판인지도 모르겠다.
장자가 감춘 도둑, 胠篋의 가르침
聖人不死, 大盜不止 — 「莊子·胠篋」
성인불사, 대도불지
성인이 죽지 않으면 큰 도둑이 그치지 않는다.
좋은 의도가 만든 더 큰 도둑에 대하여
이 구절이 나오는 「거협(胠篋)」 편의 상황은 이렇다. 장자는 이렇게 묻는다. 세상이 '지혜로운 자'를 알아보려 애쓰면, 그 잣대 자체가 도둑에게 훔쳐질 수 있다고. 자물쇠를 단단히 채우면 채울수록, 큰 도둑은 오히려 그 상자를 통째로 둘러메고 달아난다. 좋은 의도가 만든 규칙이, 정작 더 큰 악의 통로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성인(聖人)'은 단순히 훌륭한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세상이 옳다 여기는 기준, 표준, 권위 — 곧 "이게 좋은 것이다"라고 못 박는 모든 장치를 가리킨다. 장자는 그것이 없어지지 않는 한, 그 기준을 교묘히 이용하는 더 큰 도둑이 끊이지 않는다고 본다.
오늘 기사에서 눈에 멈춘 대목이 있다. "정책자금 대출 승인 시 5% 수수료", "벤처캐피탈 회사 인증을 보장한다며 1,500만 원 선입금" — 창업지원금을 노린 컨설팅 피해 우려다. 여기서 정부의 지원 정책은 선의였다. 창업을 돕겠다는 제도는 성인(聖人)의 자리다. 그런데 그 제도를 정확히 역이용하는 컨설팅업자라는 '큰 도둑'이 생겼다. 장자의 진단이 오늘의 뉴스 위로 정확히 겹쳐지는 장면이다.
주의할 점은, 장자가 정책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좋은 제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제도를 '절대적 기준'으로 세우는 태도가 문제라고. 세상은 자물쇠를 만들고 나서 그 자물쇠를 딴 범인을 탓한다. 장자는 자물쇠를 만드는 마음부터 들여다보자고 한다. 필자 생각엔 이 지점이 사줘의 정품 감정 서비스와도 닿아 있다. 진품을 보증하는 서비스가 자리 잡을수록, 감정을 통과한 유사품의 시장도 함께 자랄 수 있다. 좋은 장치일수록 그 반대편에서 더 정교한 흉내가 자라난다.
브랜드평판 1위라는 자물쇠, 그 바깥의 질문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장자는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방향만 가리킨다. 기준을 지키는 일보다, 기준에 매달리지 않는 마음을 먼저 살피라고. 현대캐피탈이 9월 브랜드평판 1위를 지킨 것은 사실이다. KB캐피탈이 18.05% 상승하며 3위로 올라선 것도 사실이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각 브랜드가 그 순위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다. 순위는 자물쇠지만, 자물쇠가 상자를 지키는지 오히려 상자 전체를 도둑에게 알려주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캐피탈이라는 이름 아래 오늘 벌어지는 모든 일 — 투자 유치, 브랜드 경쟁, 사기 민원 — 은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자본'으로 삼고 살아가는가. 그 자본이 우리를 지키는가, 아니면 우리를 다른 누군가의 상자로 만들어주는가.
자물쇠를 만드는 손과, 그 자물쇠를 열려는 손이 같은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 — 오늘 하루, 당신의 캐피탈은 어느 쪽 손에 쥐여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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